“전당포 돈이 마를 지경”…불법사금융도 손 대
상태바
“전당포 돈이 마를 지경”…불법사금융도 손 대
  • 최영준 기자
  • 승인 2023.06.30 14: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출 받기 어려운 2030세대, 전당포로 발길
SNS·대부중개 사이트서 불법사금융 유입
▲ 서울의 한 전당포 진입로 계단에 불이 꺼져있다.

"애들이 금붙이가 어딨어요. 노트북 같은 거나 들고 쭈뼛거리면서 (들고) 오죠"
서울시 강서구 한 전당포 점주 A씨가 말했다. A씨는 "20대라면 전당포를 영화에서만 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알고 다들 연락하거나 찾아온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물가·고금리 기조 속에서 2030세대의 채무가 급증했다. 이 중 대출절벽에 막힌 청년들은 전당포를 방문하거나 심지어는 불법사금융을 이용하게 되는 등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웃으며 '절약놀이'는 옛말…전당포 문 두드리는 20대

올해 1분기까지 29세 이하 다중채무자는 지난해 말 약 36만9000명에서 3월 말 약 37만5000명으로 늘었다. 20대 다중채무자의 대출금액은 3월 말 23조2814억원으로 3개월 사이 2289억원 늘었다. 

'절약놀이'를 앞세우던 청년세대의 분위기도 그 사이 바뀌었다. 지난해 일상 속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다는 취지 '무지출 챌린지'에 이어 올해 1분기에는 과소비에 대해 서로 비판하고 절약을 독려하는 '거지방'등 놀이 문화를 접목시킨 시도가 유행했지만, 생활고가 점차 깊어지면서 이같은 움직임도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2030세대가 전당포를 방문하는 빈도도 늘었다. 양천구에서 전당포를 운영하는 B씨는 "전반적으로 대출을 받으려는 이들이 늘어 이제는 전당포의 돈이 다 마를 지경"이라고 말했다. 특히 5월의 경우 어버이날을 챙겨려는 2030세대의 방문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압구정 전당포 점주 C씨는 "신용점수에 영향을 주지 않고 기록도 잘 남지 않으니 오는 듯하다"고 말했다.

◆ 대출 절벽 끝에 기다리는 건…연 이자 5000% 불법사금융

문제는 '마지막 제도권 금융'으로 꼽히는 대부업체들마저 취급을 줄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분기까지 대부업체 69개사의 신규대출액은 205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기간 1조1344억원의 20%를 밑도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여력이 되지 않는 청년들은 불법사금융으로 흘러들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대부중개 플랫폼을 악용한 불법사금융 피해가 급증해 금융당국이 경찰 등과 합동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13일 검거된 불법사금융 범죄조직의 경우 지난 2021년 4월경부터 '대출나라' 등 인터넷대부중개플랫폼에 '연체자, 누구나 대출 가능' 등 불법 광고 후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상대로 비교적 추심이 손쉬운 소액, 단기 대출을 해주면서 5000%이상의 고금리를 적용한 혐의를 받는다. 특히 기일 내 채무변제를 하지 못한 경우 대출 시 미리 확보해 놓은 채무자의 가족, 직장동료들의 신상정보로 수배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한다는 협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오픈카톡방으로 이어지는 링크를 개제하며 "무직, 주부도 100만원까지 대출 가능"등의 문구를 걸고 불법사금융 홍보를 이어가고 있었다. 

한 대부업계 관계자는 "일부 등록 대부업체가 법정최고금리인 20% 이상의 이자율을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며 "스스로가 대부업체 등록과 최고금리 준수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