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회장 121조 투자 계획 발표는 경제 중시하는 윤 대통령 조우용 노림수 의심
2030년까지 포항·광양에 73조 투자 계획안은 빛좋은 개살구란 여론 팽배
이강덕 시장 초청에 응하기로 약속한 최 회장 주민 요구 사항 들고 올까 주목
포스코그룹 최정우 회장이 지난 3일 포항과 광양에 2030년까지 73조원 등 국내외 121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혀 포항시민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비공개로 열린 포항제철소 1기 준공 50주년 기념행사장에서 발표한 투자 계획안이 방대했기 때문이다. 이날 행사에는 이철우 경북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 지역 출신 김정재, 김병욱 두 국회의원, 전 포스코 회장 출신 몇 명 등을 초청한 내부 행사로 진행됐다.
초청된 정치인들은 한결같이 최 회장 투자 계획을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과 여의도 정가 소식통은 최 회장 투자 발표에 대해 회의적(懷疑的) 반응을 보여 대조를 보인다. 실행 투자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구체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포항시 한 간부 공무원은 “투자는 대환영이지만 포항과 광양을 묶어 7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은 두루뭉술하여 믿음이 안 간다”며 “언제 얼마를 어떤 방식으로 포항에 투자하겠다는 구체성이 없고 또 뜻깊은 50주년 준공 기념행사를 비공개로 개최한 자체가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약 3년전 최 회장은 포항제철소에 1조원을 투자한다는 발표를 했다. 그러나 흐지부지 넘어간 것으로 알려져 신뢰가 무너져 있다.
이에 한 포스코 관계자는 “구체적인 이번 투자 계획안은 내부에 준비가 다 돼 있다”며 “발표한 투자 계획은 실행에 옮길 것이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바다를 매립하여 부지를 조성할 5투기장 사업(공유수면 약 152만1300m2 매립)도 의심스럽다는 여론이다. 2030년까지 21조원을 투자하여 수소 환원 제철소로 탄소 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하고 있으나 투자 의지에 의문이 따르기 때문이다. 거대 투자 사업 설명회를 졸속으로 추진하려다가 환경단체와 주민 반발로 무산되는 등 뒷구멍 파기 설명회로 급급하여 신뢰와 공신력이 무너진 것이다.
반대하는 단체들과 포항 시민들도 21조원이란 거대 투자 계획안 내심 관심을 보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바다 매립으로 생길 수 있는 생태계 파괴와 백사장 유실 등의 피해를 우려하여 찬반 논란은 거세다. 이러한 투자 사업은 다양한 피해 부분의 데이터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주민 우려를 적극 불식시키는 것이 기본이고 원칙이다. 그런데 투자 계획만 띄워 놓고 졸속 설명회를 가지려한 자체가 투자 의지가 없음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여론이다.
이에 포스코 관계자는 “사업설명회 준비가 소홀한 점은 인정하지만 반대가 너무 심하면 포항 투자를 접을 수밖에 없다”며 “요구사항이 많아 주민 센터를 통해 설명해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포철에서 80년대에 공유수면 부지 확장을 하는 바람에 송도해수욕장 백사장이 크게 유실된 적이 있어 피해의식(被害意識)이 그대로 남아 있다.
21조원 투입 5투기장 사업과 포항과 광양에 73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 자체가 겉만 번지르르한 빛좋은 개살구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특히 박태준 창업자가 국가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한 제철장학재단 지원금(초·중·고)을 모조리 끊은 것도 투자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여의도 한 정치인은 “최 회장의 12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내면에는 치밀한 정치적 노림수가 숨어있다”는 의혹을 제기해 비상한 관심을 끌게 한다. 윤석열 대통령 해외 순방 때마다 패싱 당한데 대한 반감 또는 조우(遭遇)용 기획 투자 계획으로 해석했다. 경제를 중시하는 윤석열 정부를 의식한 깜짝 투자 발표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키려는 의도도 깔린듯하다는 관측이 있다.
그리고 포스코가 민간기업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또 막대한 투자 능력을 정부와 국민들에게 드러내보이면서 사퇴 압박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한 포스코 OB 출신은 달리 해석했다. 그는 “최 회장이 지난 대선 때 정권 교체가 안 될 것으로 믿었다가 뒤집어지자 당혹스러워했다는 내부 소문을 들었다“며 ”이번 투자 발표는 전 정부와 계획한 투자 사업과 무관치 않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최 회장은 전 정부와 계획했다가 차질이 생긴 광양 제철소와 한전공대 지원, 인천까지 이어지는 서해안 벨트화 신소재 산업 투자 계획안을 완성시키려는 계획과 이번 투자 발표와 연관성이 있다는 의혹이 그것이다. 121조원이라는 투자 발표로 현 정부에 환심을 사는 동시에 전 정부가 계획한 미완성 사업을 성공시키길 목적으로 삼연임 기회를 호시탐탐(虎視耽耽) 노리고 있다는 소문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6월 10일 서울 전쟁기념관에서 열려다 무산된 포철 1기 종합 준공 50주년 특별 기획전도 최 회장 거취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경북도와 박정희 대통령 기념재단 이사장 등 명의로 기획전을 주최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그러나 그 내면 중심에는 포스코 최 회장이 있고, 윤 대통령 또는 김건희 여사를 특별기획전에 초청하여 최 회장과 조우(遭遇)시키려 한 치밀한 계획이 숨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행사는 포항 시민들이 반발하여 무산됐다.
한 여의도 정치인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언론과 상당수의 여당 정치인들까지 우군으로 만들어 사퇴 압박 완충벽으로 활용한다는 의혹이 있다”며 “현 정부와 껄끄러운 관계 개선을 위해 거대 투자 발표와 특별기획전을 열어 VIP 조우까지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분석했다.
결론은 이강덕 시장이 과연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내년 3월) 최 회장을 시청에 초청할 것인지 여부가 큰 관심사인 가운데 성사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다.
만약 성사될 경우 포항·광양 투자 계획 73조원에 대한 구체적인 분배 계획안과 홀딩스 본사 직원 포항 근무 등 많은 주민 요구사항을 최 회장이 화답으로 들고 와야할 판이라 최 회장 시청 방문 행보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