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전달 경로도 논란…관련자들 “모르는 일”
검찰이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허위 보도가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 인물의 이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별수사팀을 꾸린 검찰은 배후세력 여부 등 신중히 의혹 전반을 살펴보는 분위기다.
지난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에 관한 허위보도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리포액트 대표 허모 기자는 지난 11일 자신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일부를 한 유튜브 채널에서 공개했다.
허 기자는 지난해 3월1일 최재경 전 검사장과 대장동 브로커로 불리는 조우형씨의 사촌 이모씨의 대화 녹취록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씨가 '조씨는 김양(전 부산저축은행 부회장)의 심부름꾼이었다'고 하자 최 전 검사장이 '윤석열이 한 말이지'라고 맞장구를 쳤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검찰은 영장에서 최 전 검사장이 아닌 다른 인물이 이씨와 대화했다고 적었다. 최 전 검사장도 자신은 이씨를 알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 영장과 정치권 설명을 종합하면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모 보좌관, 이씨는 2021년 12월21일 만났다. 김 의원 측은 제보자 이씨를 만나 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화가 녹취록으로 작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녹취록에는 이씨가 조씨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이 최 전 검사장 등 상급자들의 부당한 지시를 추종했다는 방향으로 프레임을 짜야 한다'는 취지로 말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조사됐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제가 후보한테 정리 싹 해서 한 번 만들어볼게요. 조금 더 정리되고 나서. 거대한 구악과의 싸움 케이스"라고 하고, 최 보좌관은 "국힘 사람들이 다 10년 동안 해 먹은거다. 이런 그림을 만들면 성공이야"라고 호응했다
김 의원의 '만들어볼게요', 최 보좌관의 '그림' 등 발언을 두고 이씨와 부적절한 공모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김 의원은 화천대유 TF 위원장이었고, 최 보좌관은 상황실장을 맡았다.
이에 대해 김 의원 측은 "제보가 들어왔으니 팩트를 확인한다는 의미이고, 제보를 받았으니 하는 일반적인 얘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제보자를 만난 후 녹취록이 어디로 전달됐는지 김 의원은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녹취록은 약 3개월이 지나 대선 직전에 보도됐는데, 이 과정에는 민주당 소속 김모 국회정책연구위원이 관여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김 위원은 화천대유TF 조사팀장을 맡았다.
검찰은 영장에서 녹취록과 이씨 연락처가 김 위원을 거쳐 봉지욱 기자에게 전달됐고, 최 보좌관과 김 위원이 허 기자에게도 녹취록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최 보좌관은 전날 자신의 SNS를 통해 "허 기자를 알지 못하고 공모한 바 없다"고 밝혔다. 김 위원도 허 기자를 알지 못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허 기자는 이에 대해 자신은 최 전 검사장이라고 제보를 받았다며 제보자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영장에서 "허위 보도와 유사한 내용의 허위보도를 한 기자 및 그 관련자들이 봉 기자와 취재 자료를 공유하며 함께 허위 보도에 관여한 구체적인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며 압수수색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 기자가 지난해 2월7일 보도한 남욱 변호사의 조서 관련 보도에도 봉 기자가 보도한 '윤석열 커피' 의혹이 언급된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조씨에 대한 수사를 무마해준 적이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다.
검찰 의심은 일련의 허위보도 전반으로 향하는 모양새다. 이번 압수수색 영장에는 돈 거래 후 허위 인터뷰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 별도 허위 보도 의혹을 받는 봉 기자 등이 공모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김 의원이 TF 위원장으로 의혹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TF 운영 방식을 감안하면 김 의원이 실무 전반에 관여했다는 주장은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최근 "화천대유 TF 구성원 일부가 허위 보도에 관여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허위보도가 있게 된 경위, 공모관계, 배후세력 등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정확한 정황이 있기 때문에 확인하는 차원의 압수수색"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