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김기현 측근 수사로 선거에 영향”
증거인멸·도망의 우려 없어 법정구속 피해
법원이 이른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에게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판사 김미경·허경무·김정곤)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시장 등 15명의 선고 공판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울산경찰청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에게도 각각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에게는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증거인멸이나 도망의 우려는 없다고 보고 실형을 선고한 피고인들에 대한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울산시청 관계자 등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 등을 선고했다. 한병도 민주당 의원(전 민정수석)과 장환석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이진석 전 사회정책비서관 등에게는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송 전 시장과 송 전 부시장, 황 의원 및 전직 청와대 관계자 등이 지위를 이용해 차기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 예정인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 수사를 진행함으로써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공직자의 본분을 망각하고 특정 정당의 이익을 위해 감찰 기능 등을 부당하게 이용했다"며 "송 전 시장은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선거개입 범행을 주도적으로 계획·가담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경찰조직과 대통령 비서실의 공적기능을 사적으로 이용해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선거개입 행위는 엄중한 처벌로써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공익 사유가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은 2018년 지방선거를 목전에 두고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인 송 전 시장의 당선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송 전 시장이 2017년 9월 당시 울산경찰청장이던 황 의원에게 울산시장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전 울산시장) 관련 수사를 청탁하고, 일련의 과정을 거쳐 황 의원이 김 대표 측근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황 의원은 경찰 수장으로서 김 대표 관련 수사에 미온적인 경찰들에 대한 부당한 인사조치를 내려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송 전 부시장이 민정비서관 소속 파견직이던 문모 전 행정관에게 김 대표 관련 비위 정보를 제공하고, 백 전 비서관과 박 전 비서관은 이 같은 첩보가 민정수석실 직무 범위를 벗어나 작성돼 위법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경찰에 하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장 전 비서관은 김 대표의 주요 공약인 산재모병원 사업 관련 정보를 유출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지연시키는 등 송 전 시장에게 유리한 선거 구도가 만들어지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한 의원은 송 전 시장과 당내 경쟁 관계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출마 포기를 종용한 혐의 등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