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있지만 막상 주변을 둘러보면 만족할 만큼의 행복을 느끼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저출산·고령화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았으나 점점 더 아이를 낳기도 기르기도 힘든 사회가 버겁기만 하다. 사회적 관계 속 피곤함은 쌓이고 취업 걱정, 경제적 빈곤 등 무엇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지난 30년간 한국은 눈에 띄는 성장으로 빠르게 부를 축적했지만, 막상 내국인들이 느끼는 행복감은 세계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지난 3일 유엔 산하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공개한 '2023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스스로 매긴 행복도 평가는 10점 만점에 5.951점으로 전 세계 137개국 중 57위에 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과 비교하면 국민이 느끼는 행복도는 최하위 수준이었다. 한국보다 행복도 점수가 낮은 곳은 그리스(5.931점)와 콜롬비아(5.630점), 튀르키예(4.614점) 등 세 나라뿐이다.
행복도 1위는 핀란드(7.804점)로 6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10위권 내에는 4위 이스라엘(7.473점), 10위 뉴질랜드(7.123점)를 제외하고 대부분 유럽국이 이름을 올렸다. 이어 덴마크(7.586점), 아이슬란드(7.530점), 이스라엘(7.473점), 네덜란드(7.403점) 순이었다.
아시아권으로 보면 싱가포르(6.587점)가 25위로 가장 높았으며 아랍에미리트(6.571점) 26위, 대만(6.535점)이 27위로 뒤를 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30위), 카자흐스탄(44위), 우즈베키스탄(54위), 말레이시아(55위)도 한국보다 순위가 높았다. 주요 교역국인 중국(64위)보다는 행복도가 높았지만, 일본(47위)이나 미국(15위)보다는 한참 뒤처졌다.
137개국 중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는 아프가니스탄(1.859점)이었다. 지난해 2월부터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행복 순위는 70위(5.661점)인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보다 훨씬 낮은 92위(5.071점)였다.
보고서는 행복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과 건강 기대수명, 사회적 지원, 삶의 선택 자유, 공동체 나눔(관용), 부정부패 지수 등 6개 항목을 꼽았다.
이를 토대로 한국의 행복지수를 살펴보면 1인당 GDP가 미치는 행복 수준은 지난해 1.851점에서 올해 1.853점으로 소폭 상승했지만, 건강 기대수명은 0.841점에서 0.603점으로 크게 내려갔다. '삶을 선택할 자유'는 지난해 0.414점으로 올해 0.446점으로 다소 올라갔지만, 여전히 낮은 점수에 그쳤다.
국민의 낮은 행복도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도 곳곳에서 목격된다.
통계청이 지난 4월 발간한 '한국의 안전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24.1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다. 2003년 이후 2016년과 2017년에는 1위 자리를 리투아니아에 내줬다가 2018년부터 다시 불명예 꼬리표를 달았다. OECD 평균 자살률 11.1명보다 2배 이상 높았으며 두 번째로 자살률이 높은 리투아니아(20.3명)와도 차이가 컸다.
특히 10대 청소년과 20대 청년들의 자살률 증가가 두드러졌다. 2021년 기준으로 보면 10대의 자살률은 7.1명, 20대의 자살률은 23.5명으로 전년보다 각각 10.1%, 8.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뉴스 사회면이나 연예면을 보면 삶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청년들의 극단적인 선택도 적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저출산 시대에 아이를 키우는 것도 힘겹기만 하다.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간한 '대학생 삶의 비용에 관한 리포트'를 보면 올해 서울 4년제 사립대에 다니는 대학생이 입학부터 졸업까지 부담해야 할 등록금과 생활비, 주거비 등 대학 교육비는 1억 원에 가까운 9740만 원이 든다고도 한다.
노동 피로도도 쌓여만 간다. 2021년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은 1910시간으로 OECD 36개국 중 4번째로 많다. OECD 평균 1716시간보다는 194시간이나 더 노동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세계행복보고서는 매년 140여 국가를 대상으로 관련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해 행복지수를 산출해 만들어진다. 개인적인 생각이 담긴 주관적 지표지만, 2021년 62위, 지난해 59위, 올해 57위 등 3년 연속 행복지수가 상승한 것은 긍정적으로 꼽힌다.
게다가 정부는 일과 여가의 균형을 위해 노동시간을 단축해 시행 중이다. 개인의 삶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춰 다양한 정책들도 시행되는 만큼 내년에는 국민이 조금 더 행복한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