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주택 등 임대 신고자 13만명 소득 없어
#1. '건물주'를 꿈꾸던 은퇴자 A씨는 5년 전 저축·퇴직금 5억 원에 대출 3억 원을 보태 상가임대를 시작했다. 저금리 시기에는 월세 250만 원으로 매월 나가는 100만~150만 원 수준의 이자를 내고도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자 달마다 내야하는 이자가 300만 원으로 올랐다. A씨가 월세와 관리비를 올리자 상가는 수개월째 공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2. 자영업자 B씨는 차곡차곡 저축한 돈으로 지난 2021년 1억 원의 대출을 받아 1억 5000만 원 주택을 구입했다. 연금수급액이 낮고 장사 수입도 불안정해 임대소득을 통해 조금이나마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요량이었다. 2021년에는 이자가 월 20만 원씩 나가도 관리비용 등을 제외해도 30만 원 가량 소득을 거뒀다. 하지만 지난해 금리 상승에 이자가 월 52만 원으로 뛰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상가와 주택 등을 임대하고 세를 받는 임대인 10명 중 1명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에 대출이자는 오르고 내수 회복은 더딘 탓에 공실 등이 증가한 영향이다.
지난달 25일 국세청이 올해 처음으로 공표한 '부동산임대소득 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상가·주택·기타부동산 임대를 신고한 142만4212명 중 13만2756명(9.3%)은 소득 '0원 이하'로 분류됐다. 이는 임대로 인한 총수입금액 중 경비를 제외한 소득이 0원이거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의미다.
전체 임대 중 상가 임대 비중이 85.6%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주택 임대소득은 12.7%, 기타부동산이 1.7%였다. 상가임대는 총인원 131만9392명 가운데 9.2%(11만1712명)가 0원 이하로 분류됐다. 이들은 연간 총 1조5119억2500만 원의 수입을 거둬 1명당 연 수입은 1300만원이었다. 하지만 이자 등 각종 경비를 제하고 나니 적자를 기록했다. 경기가 나빠지면서 상가 공실률이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소득 1000만 원 이하 구간에 49.5%(60만4139명)가 집중 분포했고 1000만 원 초과 2000만 원 이하도 20.1%(24만5624명)에 달했다. 1억 원을 초과하는 소득을 올리는 인원은 1.7%였다. 구간별로 ▲1억 원 초과 2억 원 이하 1만5366명(1.3%) ▲2억 원 초과 3억 원 이하 3113명(0.3%) ▲3억 원 초과 5억 원 이하 1686명(0.1%) ▲5억 원 초과 942명(0.1%)이었다. 5억 원 초과 구간의 평균소득은 9억 600만 원에 달했다.
주택 임대소득의 경우 18만851명 중 9.7%(1만7604명)로 적자 비중이 높았다. 이들은 연간 총 3165억 3100만 원의 수입을 기록했으나 적자를 기록했다. 이들의 평균 수입은 1800만 원으로 상가보다 높았지만 역시 적자 신세를 면치 못했다.
주택 임대소득자 80% 이상이 연 2000만 원 이하의 소득 구간에 집중돼 있었다. 1000만 원 이하 소득자가 44.8%(8만1007명)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고 2000만 원 이하도 25.6%(4만6352명)에 달했다.
반면 연간 1억 원을 넘게 버는 고소득자는 603명(0.3%)이었다. 구간별로는 ▲1억 원 초과 2억 원 이하 504명(0.3%) ▲2억 원 초과 3억 원 이하 62명(0.0%) ▲3억 원 초과 5억 원 이하 23명(0.0%) ▲5억 원 초과 14명(0.0%)이었다. 5억 원 초과 임대소득자들의 평균 소득은 7억 4600만 원이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에 경기가 안좋은데 이 여파가 단순히 자영업자들에게만 미치는 것이 아니라 임대업자들한테도 다같이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정부가 내년 경기전망을 장밋빛으로 하면서 긴축적으로 예산을 편성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