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리텍사스’ 마지막 여성들 “쫓겨날 때까지 이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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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리텍사스’ 마지막 여성들 “쫓겨날 때까지 이곳에”
  • 최영준 기자
  • 승인 2024.03.0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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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여성들 “배운 기술 없으니 갈 곳도…”
70대 포장마차 주인도 “30년 살았는데 막막”
생계비·주거이전비 지원 필요하단 목소리도
▲ 지난 8일 오후 재개발이 예정된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88번지 일대의 모습

'미성년자 출입금지' 안내문이 붙은 좁은 골목을 들어서자 불 꺼진 통유리벽이 죽 이어졌다. 다닥다닥 붙은 건물벽에 붉은 스프레이로 적힌 '공가' 두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공가'는 철거를 위해 비워진 집을 뜻한다.

세계 여성의 날인 지난 8일 뉴시스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윤락가 '미아리 텍사스'를 찾았다. 서울 강북 지역의 대표적인 집창촌이었던 이곳은 2004년 성매매 특별법 발효와 집중 단속으로 쇠퇴의 길을 걸어 결국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재개발을 위한 이주 절차를 밟으며 인적이 끊긴 곳곳에는 '상인들 삶의 터전 막무가내 쫓아내는 조합은 각성하라' '성북구청은 우리 미아리 성노동자들의 이주에 대해 왜 침묵하는가'라고 적힌 현수막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20여년간 일했다는 A(47)씨는 곧 있을 이주에 "막막하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이젠 정말 갈 곳을 찾아야 하는데 배운 기술이 없다 보니 갈 곳도 없다"고 토로했다. 20여년간 성매매를 했다는 B(45)씨도 "미아리가 없어지면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강제로 쫓겨날 때까지 여기 있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생계가 막막한 것은 성매매 여성만 아니다. 김모(77)씨는 미아리 텍사스의 여성들을 상대로 한평생 포장마차를 하며 동고동락해왔다. 김씨는 "이 옆에서 30년을 살았는데 이주비 같은 건 못 받는다"며 포장마차 안에 장판을 깔아만든 한 평 남짓한 공간이 집이라고 전했다.

여성인권센터 '보다'는 서울시와 성북구가 조례에 따라 성매매 여성들의 주거비와 생계비 등 자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7년 통과된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매매 예방 및 성매매 피해자 등의 자활 지원 조례'는 성매매 여성들이 성매매 집결지에서 벗어나 더는 성매매를 하지 않을 경우, 성북구가 일정 기간 생계비와 주거 이전 비용·직업훈련·교육비용을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영하 '보다' 소장은 "이곳 여성들은 대게 10대나 20대 초반에 들어왔던 분들이다. 달리 배운 기술이 없어 여기가 없어지면 먹고 살길이 막막해진다"며 "최소한 1년의 긴급 생계비와 주거비·직업훈련비가 필요하다"며 자활 지원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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