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총선 공약으로 “교섭단체 기준 완화” 내세워
최근 당 지도부,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입장 보여
조국혁신당이 4·10 총선에서 비례대표 12석을 확보하며 22대 국회에서 '원내 제3당'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뿌리가 같은 조국혁신당과 협력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차기 정국 주도권을 놓고 현안 별로 독자노선을 걸으며 미묘한 견제 구도를 형성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에 교섭단체를 구성할 길을 터주는 지가 향후 두 정당 관계의 예고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국혁신당은 소수 정당과 교섭단체 구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소수정당이 교섭단체가 되면 다양한 권한이 주어진다. 정당 국고보조금이 크게 늘어나 의정활동에서 안정적인 재정 충당이 가능해지며, 위원회에 간사를 파견해 입법 과정에 존재감을 드러낼 수도 있다.
조국혁신당은 이번 총선에서 원내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에 못 미치는 12석을 확보했다. 조국혁신당의 교섭단체 지위 확보 방안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세 가지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민주당이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10석으로 낮춰 조국혁신당이 단독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경우 ▲민주당이 비례위성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자 8명을 조국혁신당에 빌려주는 경우 ▲조국혁신당이 소수정당과 연합해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시도하는 경우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소수정당과의 원내교섭 단체 구성이다. 진보당 3석(정혜경·전종덕·윤종오), 새로운미래(김종민)·기본소득당(용혜인)·사회민주당(한창민) 각 1석 등 총 6석이 범 진보정당으로 분류된다.
또 시민사회 추천으로 더불어민주연합을 통해 당선된 2명(서미화·김윤)까지 합치면 모두 8명이 조국혁신당의 연대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조국혁신당은 이들 8명과 연대해 원내교섭 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민주당에서 '교섭단체 구성 요건 하향론'이 본격 고개를 든 것은 김민석 민주당 총선 상황실장이 이를 총선 공약으로 내놓으면서부터다. 김 실장은 지난달 27일 여의도 중앙당사 브리핑에서 "싸우지 않는 상생 국회 측면에서 교섭단체 구성요건을 인하하겠다"며 "양당 극한 대립의 완화, 완충 역할이 커질 거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섭단체 구성 요건 하향이 조국혁신당을 겨냥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당이 정치 개혁 방안으로 논의해 왔던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사실상 조국혁신당과 연대하며 야권의 기세를 더 키우겠다는 의도로 읽혀왔다.
다만 민주당이 교섭단체 구성 기준을 낮추는 행보를 자체적으로 보일 가능성은 낮다는 의견도 있다.
최병천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교섭단체를 내어주는 것은 자기 경쟁자를 키우는 것이기에 실제로 도와줄 가능성은 낮다"고 짚었다.
민주당이 더불어민주연합 당선자 8명을 조국혁신당에 빌려주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순순히 양보할 가능성도 확률은 높지 않다"고 부연했다. 최근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과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의원 일부 양도안과 구성 요건 하향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이 같은 관측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날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더불어민주연합 시민사회 후보들이 조국혁신당으로 가는 문제는) 비례대표라 개인의 의견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교섭단체 구성 요건 하향 문제는) 어느 정도 논의해서 다음 국회에서 하든 해야지, 지금 하면 꼭 특정 정당을 위해서 하는 것처럼 된다"며 "차라리 다음 국회에 넘기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조국혁신당은 교섭단체 구성 논의의 결정권은 민주당이 쥐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보협 조국혁신당 대변인은 "결정권은 더 많은 의석을 가진 민주당 쪽에 있다"며 "우리는 처분을 기다리는 대상이고 이재명 대표에게 매달릴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총선에서 조국혁신당이 약진한 배경으로 재심과 뒤집기 등 오락가락 공천 파동을 빚은 민주당에 대한 반발 심리도 상당 부분 깔려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이 대표 측에서도 향후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만큼 조국혁신당에 대해 견제 심리가 작동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