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늘, 농업재해로 피해조사 중…6월 말 복구계획
“당근, 양배추 등 할당관세 추진해 부담 낮출 것”
농림축산식품부가 급등한 배추, 양배추 등 채소류 도매가격이 6월부터 노지재배가 출하돼야 평년 수준으로 안정될 거라고 지난 7일 밝혔다.
그전까지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당근과 양배추 등에 대해서는 할당관세를 추진하고, 기상이슈로 품질이 저하된 마늘은 농업재해로 보고 지원사업을 실시한다. 농식품부는 이날 '엽근채소와 양념채소 생육 및 수급동향' 자료를 내고 이같이 밝혔다.
◆배추·양배추, 당분간 가격 높다…6월 수확시 점차 안정
배추, 양배추, 당근, 대파 등 채소류는 겨울철 작황 부진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가 지난달 중순 정점을 찍은 후, 시설 재배 물량의 수확이 시작되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노지는 상대적으로 재배면적 비중이 크고 생산비가 낮다. 다음 달 이후 노지 재배량이 본격적으로 출하되면 대부분의 노지 채소류 가격은 평년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배추, 양배추, 무, 당근의 재배기간은 3~4개월이다. 이 채소류는 겨울에는 제주·전남에서, 여름에는 강원·경북 북부에서만 생산된다. 이른 봄에는 노지 수확이 어려워 겨울 저장물량과 시설 물량이 시장에 공급된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노지채소 가격이 오른 이유로 지난 2~3월 눈·비의 영향을 들었다. 잦은 눈비로 생산량이 줄고, 품위도 급격히 나빠졌다.
아울러 산지 수확 일정이 배추와 당근, 양배추 모두 평년보다 빨라지면서 일평균 공급량이 줄었다. 이른 봄에 수확되는 시설재배 배추, 양배추, 당근은 재배 면적이 감소한 상황에서 일조량 부족으로 작황 부진까지 겹쳤다.
농식품부는 "가격 상승에 대응해 정부 비축 품목인 배추, 무 등을 시장에 지속 공급하고 있다. 특히 배추는 봄철 역대 최대 물량을 방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지난달 방출한 배추 물량은 4654t으로 최근 5개년의 4.7배다.
배추 도매가격은 상품 기준 1표기에 지난달 하순 4732원에서 이달 상순 4671원까지 올랐다. 전년보다 40.4% 높은 수준이다.
배추는 지난달 하순부터 시설재배 물량이 출하돼 하락세로 전환했지만, 김치 업체의 겨울배추 수요가 높아 당분간 전년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배추 재배면적은 전년보다 4% 증가했는데, 이달 하순부터 노지 재배량이 빠르게 수확되면 전년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양배추도 밀양과 대구 등 시설재배 물량이 출하돼 하락세로 전환했지만 일부 지역의 작황이 부진해 당분간 높은 가격을 유지할 전망이다. 노지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3% 늘어 6월부터 수확이 시작되면 전년수준으로 점차 안정될 것으로 봤다. 양배추 도매가격은 상품 기준 지난달 하순 6157원에서 이달 상순 전년보다 115.2% 오른 5950원까지 치솟았다.
엽근채소를 주로 취급하는 이광형 한국농업유통법인연합회 사무총장은 "2월 잦은 비로 배추·양배추의 정식이 지연돼 5월 중순 출하 공백 및 6월 홍수 출하를 염려했다. 하지만 최근 기상이 양호해 작황이 좋고, 수확시기도 당겨져 순별 출하량도 평탄화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겨울무·당근, 작황 부진에 이달까지 높은 가격
겨울 무는 수확기에 잦은 비로 품질이 저하되고, 시설재배 면적도 전년보다 감소했다. 이달에 높은 가격을 유지하다 다음 달 중순 이후 전북 고창 등에서 노지 재배량이 출하되면 점차 평년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근은 겨울 저장량 급감 여파가 지속되고 있다. 재배면적 비중이 큰 시설 봄당근 면적은 전년보다 2% 감소했고, 작황 부진까지 겹쳐 가격 하락세가 더딜 것으로 관측된다. 재배의향이 전년대비 8% 이상 증가한 여름당근 출하 전까지 높은 가격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추, 깻잎 등 생육기간이 40일 내외로 짧은 품목들은 3월 중순 이후 기상 여건이 양호해지면서 지난달부터 가격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이달 상순 기준 상추 도매가격(4㎏)은 전년보다 22% 내린 1만680원이다. 깻잎 도매가격(100속)은 전년보다 18% 하락한 1만8950원이다.
◆마늘, 고온·강우로 생육 저하…농업재해로 피해조사
양념채소류인 마늘은 작황이 부진한 상황이다. 재배면적이 전년보다 5.7% 감소했고, 지난 2~3월 고온과 잦은 강우로 제주·전남·경남을 중심으로 저품질의 마늘이 늘고 있다. 생육 상황이 좋지 않은 마늘(벌마늘)은 정상 인편이 6~8개인 데 비해 인편이 16개가량으로 많고 작아진다.
정부는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지방자치단체 피해조사를 진행해 다음달 말까지 복구계획을 수립한다. 대파대(1054만원/㏊), 농약대(249만원/㏊), 생계비(104만원/농가) 등을 지원하고, 피해가 큰 농가는 농업정책자금 대출금 상환연기와 이자감면(최대 2년)을 지원할 예정이다.
게다가 최근 침수피해로 마늘은 전체 재배면적의 0.1%, 양파는 0.02%가 침수됐다. 침수 후에는 병충해 피해를 유의해야 하는데, 마늘은 잎마름병, 양파는 노균병 등이 생길 수 있어 농식품부는 모니터링을 지속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마늘은 지난해 재고량이 충분한 상황이라서, 깐마늘 도소매 가격이 평년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할 거로 내다보고 있다.
대파는 봄 대파가 2~3월 잦은 강우와 저온 영향으로 출하가 지연돼 당분간 전년보다 높은 가격을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달 하순부터 전북 완주, 부안과 경기 포천 등지에서 봄 대파가 본격 출하되면 가격은 점차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근·양배추 등 할당관세 추진…"물가부담 낮출 것"
한편 기상청은 이달 이후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강수량도 많을 확률이 높다고 예보하고 있다.
이에 농식품부는 노지채소 생육점검협의체를 통해 농촌진흥청의 현장 기술지도와 농협의 약제할인공급, 농업관측센터의 생육 모니터링 등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박순연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국민들 식탁에 자주 오르는 배추, 무, 대파 등 채소류의 조속한 수급안정을 위해 봄철 생육관리에 더욱 만전을 기하겠다"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당근, 양배추 등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할당관세를 추진하여 물가부담을 낮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여름 이후 수급 불안이 우려되는 배추, 무 등 주요 노지채소는 5~6월에 역대 최고 수준의 비축물량을 선제적으로 확보할 계획"이라며 "가격이 낮고 저품위 문제로 판로 확보가 어려운 마늘 농가에 대해서는 채소가격안정지원 사업을 통해 농가 경영안정을 지원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