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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화에게
정 호 승 ( 1950 ~ )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걷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작품설명 :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애, 고결함, 신비함, 자존심이라고 한다.
시에서의 수선화는 신화의 내용으로 접근한다면 사랑을 얻지 못한 외로움과 외로운 자, 자신을 사랑한 자기애의 의미로 축약해 볼 수 있다.
사랑을 얻지 못한 외로움의 대명사인 수선화를 제목에 내세웠지만 그 사랑의 대상은 자신이었다. 자신을 사랑해 주지 않음으로써 오는 외로움, 다시말해 자기애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외로움을 느낀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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