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그냥 놓고 걷기만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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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그냥 놓고 걷기만 하면 됩니다”
  • 뉴시스
  • 승인 2009.05.22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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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한 걸음 삶을 내딛습니다. 발걸음을 떼어 놓고 또 걷고 걷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지만 짊어지고 온 발자국은 없습니다. 그냥, 가 버리면 그만인 것이 우리 삶이고 세월입니다. 한 발자국 걷고 걸어온 그 발자국 짊어지고 가지 않듯 우리 삶도 내딛고 나면 뒷발자국 가져오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냥 그냥 살아갈 뿐…. 짊어지고 가지는 말았으면 하고 말입니다. 다 짊어지고 그 복잡한 짐을 어찌 하겠습니까. 그냥 놓고 가는 것이 백번 천번 편한 일입니다. 밀물이 들어오고 다시 밀려 나가고 나면 자취는 없어질 것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세요. 애써 잡으려 하지 마세요. 없어져도 지금 가고 있는 순간의 발자국은 여전히 그대로일 겁니다. 앞으로 새겨질 발자국, 삶의 자취도 마음 쓰지 말고 가세요. 발길 닿는대로 그냥 가는 겁니다. 우린 지금 이 순간 그냥 걷기만 하면 됩니다.” (법정 ‘그냥 걷기만 하세요’)

법정(77·法頂) 스님은 걷기 예찬론자다. 무념무상 땅을 밟으라는 법정의 주문은 ‘무소유’ 정신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스님은 산문 걷기 예찬을 통해서도 이 생각을 전한다.

“사람이 일반 동물과 크게 다른 점은 꼿꼿이 서서 두 발로 걷는 기능에 있다고 인류학자들은 말한다. 그런데 요즘에 와서 사람들은 자동차에 너무 의존하면서 직립보행의 그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내 자신의 경우만 하더라도 먼길을 오고 갈 때 어쩔 수 없이 자동차를 이용하기 때문에 시간상으로는 걷는 일보다 타는 일이 더 많다. 그 때마다 내 몸이 퇴화되는 듯한 느낌이다.”

베트남의 수도승 틱낫한(83·釋一行)은 불교의 명상법을 일상생활과 접목시킨 걷기를 세계인들에게 전파했다. 삶 속에서 건강하게 호흡하고 평화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자연 치유적인 의미에서 설명하고 있다.
스님은 분노를 다스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걷기만 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걷는다는 것은 자연, 명상과 연관돼 있으며 이를 통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내 손을 잡으세요. 함께 걸읍시다. 단지 걷기만 할 것입니다. 어딘가로 간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그냥 걷는 것을 즐겁게 만끽할 것입니다. 평화롭게 걸으세요. 행복하게 걸으세요. 우리가 내딛는 걸음은 평화로운 걸음입니다. 우리가 내딛는 걸음은 행복한 걸음입니다.”(틱낫한 ‘걷기명상’ 중)

걷기 찬미론자들은 걷는 것이 보약보다 낫다면서 걷기를 장려한다. 걷기의 효과는 단순히 신체 차원의 건강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나무가 있는 길, 숲을 따라 걸으라는 주문은 ‘걷기명상’의 핵심이다. 땅을 밟고 자연과 호흡하라는 걷기 명상, 걷기 예찬은 의사나 체육전문가가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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