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황석영(66)씨가 18일 입을 열었다. ‘카자흐스탄 발언’이 부른 논란에 답했다. 황씨는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해 ‘중도 실용’, ‘광주 사태’ 등의 발언을 한 뒤 “변절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황씨는 자신의 인터넷 블로그에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라는 글을 올렸다. “작가는 언제나 사회적 금기를 깨는 자이며, 나의 장기가 바로 월경(越境)이기 때문에 행동 자체가 논의의 출발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논의의 출발로부터 엉뚱한 해석과 성급한 판단이 속출했다. 내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면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문제의 ‘중도실용’을 두고는 “이명박 정부를 중도실용이라고 한 것은 이 정부가 말 그대로 중도실용을 구현하기를 바라는 강력한 소망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중도실용을 자주 이야기하지만, 정부는 대통령의 중도실용을 이념적 우편향으로 해석하고 그에 맞는 정책만 쏟아내고 있다. 진정한 중도실용은 이념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실사구시해야 가능하고 그러한 바람에서 ‘중도실용’이라는 말이 나왔다.”
황씨는 “우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양자택일형 옳고 그름을 따지고 밀어붙이는데 국가적 역량을 탕진하고 있다. 이런 식의 이념적 정쟁으로 집권을 되풀이하게 되면 좌든 우든 준비되지 않은 정부와 정책의 간헐적인 주고받기만 계속될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변절 시비에 대해서는 “국내현안과 정책을 놓고 싸울 때에는 싸워야 하겠지만 타협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도록 정책을 견인해 주기도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광주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말했다. “다른 무엇보다도 광주는 내 문학이자 나의 인생 그 자체였다. 그리고 이러한 척박한 시대에 진보 정당을 고수하는 분들이야말로 우리 시대의 의인들”이라며 단순한 말 실수였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지적도 있다. “오히려 나는 서구의 잣대로 이루어지는 평가에 대하여 비판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그런 논란에 끼어들기 싫어서 스웨덴에서 책이 나왔을 때도 가지 않았고 그 어떤 문학행사도 스웨덴에서 벌인 적이 없다. 몇몇 문인들과 10월 스웨덴 행사에 참여하겠냐는 관계자의 권유도 거절했다”고 일축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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