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81·이탈리아)가 노무현(63) 전 대통령의 서거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모리코네는 25일 “노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가슴이 아팠다. 대중이 좋아한 대통령이라고 들었다. 사람이 한 번 태어나면 어쩔 수 없이 죽지만, 나름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며 잠시 고개를 숙였다.
모리코네는 26,27일 오후 8시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헝가리의 100인조 기요르 필하오닉 오케스트라를 지휘한다. 공연에 앞서 1분간 노 전 대통령을 추모하는 의미로 청중과 함께 묵념했다.
모리코네는 영화 ‘시네마 천국’, ‘러브 어페어’,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의 주옥같은 OST를 작곡했다. 그동안 500편이 넘는 영화음악을 작곡했지만 곡을 만드는 것은 늘 어려운 작업이라고 털어놓았다.
“수백편의 음악을 만들었지만 매번 어려웠다. 감독의 의견이 분명할 때는 쉬운 편이지만 그렇지 못할 때는 영감을 떠올리기가 어렵다. 영화 내용에 따라 어려울 때도 있다.”
그의 영화음악은 트렌드와 무관하다. 베를린, 베니스, 칸 등 세계 3대 영화제 등을 둘러보는 것도 즐기지 않는다. 영화의 시나리오를 읽고 상상하면서 작곡한다.
아쉽게도 한국 영화를 본 적은 없다. 접할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2년 전 내한 공연에서 맛본 한국 팬들의 뜨거운 호응은 아직도 생생하다.
“한국 팬들의 뜨거운 반응이 좋았다. 첫 내한 공연 당시 한국 팬들로부터 한복을 선물 받았는데 그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팬들에게서 대금, 가야금 등도 선물 받았다.”
모리코네는 클래식 공연장보다는 주로 경기장 무대에 선다. 재정 탓에 어쩔 수 없다는 판단이다. “오케스트라 단원 100명이 무대에 올라야 하므로 오페라 극장 등 작은 공간에서 연주하기보다 경기장 등 큰 공간에서 연주하는 편이다. 외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단원 수가 많다보니 비용이 많이 들어 작은 공간에서 하면 재정적으로 힘들다. 곡에 따라 현악만 필요할 때도 있지만 대형 오케스트라가 필요할 때도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수산나 리가치, 피아니스트 길다 부타, 우리나라의 100인조 극동방송 윤학원 코럴 합창단이 협연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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